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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두견새

Led Zepplin 2019. 5. 17. 21:21


             《‘오다 노부나가’의 주성이라는 철옹성 아즈치성의 상상도 [安土城圖](오사카성 천수각 소장) 》


  중국(中國)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수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은 ‘삼국지(三國志)’가 있다면 일본에는 전국시대에 천하를 통일해 현대 일본의 초석을 다진 군웅들의 활약을 그린 소설 ‘대망(大望)’이 있다. ‘삼국지’에서 도원결의로 맺어진 유비/ 관우/ 장비가 있다면, ‘대망’에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다. 우리에게 일본의 역사나 소설은 다소 생소하지만 ‘야마오카 소하치’가 1950년부터 무려 17년 동안이나 여러 일간지에 게재한 대단한 스케일의 대하소설 ‘대망’ 만은 낯설지 않다. 소설 ‘대망’에는 리더의 구분 방법으로 자주 인용되는 〈울지 않는 두견새〉에 대한 교훈이 있다. 울지 않는 두견새에 대한 대처 방법으로,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는 죽여 버린다.”였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만든다.”이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일본의 에도시대(江戸時代) 또는 도쿠가와시대(徳川時代)라는 것은, 1603년 마침내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쇼군(將軍)으로 임명되어 에도(지금의 교토)에 막부(幕府/왕조)를 연 시기를 그 출발로 본다. 1868년 5월 3일 에도 막부의 성이 메이지 정부군에 함락되는 때까지 대략의 265년간으로 간주한다.

개성 넘치는 카리스마를 가진 일본 전국시대의 맹장들에 대한 영웅담을 나눌 때 꺼내게 되는 두견새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면서도 우리들은 두견새가 어떤 새인지 그리고 어떻게 우는지를 잘 모른다. 깊은 밤에 구슬피 우는 새이겠거니 아니면 트로트 가요 속에 등장하는 슬픈 사연과 얽힌 새이거니 또는 “소쩍새와 같은 새 그 새가 그 새 아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두견새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얌체족 뻐꾸기의 한 종류로서 부엉이과의 소쩍새와는 사뭇 다르다. 소쩍새는 “소쩍궁 소쩍궁”하며 3박자로 울고, 두견새는 울음소리가 독특하여 “홀딱 자빠졌다” 혹은 “쪽박바꿔줘”를 반복하면서 5~6박자로 운다는 사실이다.

 

두견새와 관련하여, 일본의 영웅중에는 간발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용맹한 결단력의 소유자 ‘오다 노부나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지략과 용인술의 대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인내에 인내를 거듭하며 때를 기다린다는 시대의 덕장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있다. 그러한 영웅 세 사람 중에서 군웅할거의 전국시대를 평정하여 천하통일을 이룩하고 250년 동안 막부시대를 개막한 최후의 승리자는.. 인내하고 양보하며 때를 기다린 ‘도쿠가와 이에야스’였다. 진정한 리더의 덕목이 통찰력과 인내심이 필수임을 짐작하게 한다. 세 영웅의 성격과 그들 삶의 궤적을 통하여 일본의 저잣거리에 떠도는 이야기로는, ‘오다 노부나가’는 논을 갈고 씨를 뿌리고 물을 댔으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벼를 베어 탈곡을 했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그 쌀로 떡을 해 먹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는 거다.

 

1964년 한일협정의 돌파구를 연 ‘김종필’ 총리와 일본의 ‘오히라’ 외상과의 비공식회담 대목에서, 청구권 협상에 진전이 없자 ‘JP’는 일본 에도시대의 고사(古事)인 ‘두견새’를 꺼내 든다. “100년 가까이 이어진 당신네 전국시대에서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세 사람의 성격을 잘 안다. 이들에 의해 전국시대가 종지부를 찍고 300년 동안의 도쿠가와 막부(德川幕府)가 이어지지 않았느냐. ‘울지 않는 두견새를 어떻게 울릴 것인가’ 하는 문제에 세 사람은 어떻게 반응했느냐.”

 

‘JP’의 입에서 일본의 고사가 튀어나오자 ‘오히라’ 외상의 표정이 놀라움의 표정으로 바뀌었단다. ‘JP’가 울지않는 두견새의 이야기를 하며 ‘도요토미’의 스타일로 일을 진행하자고 하자 ‘오히라’외상은 협상에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는 거다. “당신과 내가 마주 앉아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울지 않는다고 새를 죽여야 하느냐, 울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느냐. 우리는 어떻게든 새를 울게 만드는 ‘도요토미’ 방식을 택해야 하는 입장 아니냐. 그런데 그렇게 가볍게 5000만 달러라고 말하니 이게 말이 되느냐.” 협상과 달변의 소유자 ‘JP’식 추진력의 백미이다.

 

일본의 명장인 ‘오히라 마사요시(大平正芳)’외상은 ‘JP’보다 열여섯 살 연상이며, 그의 별명은 ‘둔우(鈍牛·둔한 소)’라고 한다. 얼핏 굼떠 보이지만, 확실하며 힘이 세다는 거다. 그러나, ‘JP’가 ‘두견새’를 이용하여 ‘오히라’의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찔렀기에 그 협상은 ‘JP’가 희망하는 대로 종결되었다. 직장인으로 수년간 일본을 오가며 일본인과 함께 생활해 보면서 깨닫게 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의 ‘두 얼굴’ 바로 그들만의 교활함과 잔인함이다. 일본인에게는 ‘혼네(本音)’라는 것이 있다. 일본인에게는 본심인 ‘혼네’와 겉치레 말인 ‘다테마에(建前)’가 있다. “선생을 또 만나고 싶습니다.”가 속마음으로는 “이제는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의 다테마에일 수 있음을 항.상. 생각해야만 한다는 거다.

 

이순신장군/ 세종대왕/ 안중근열사와 같은 우리의 역사를 이루는 주체들의 위대한 점은 무엇일까? 평범한 자들로서는 결코 행할 수 없는 자기희생과 진정한 용기 그리고 과감한 결단력이 그들을 위대하게 만드는 점일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분들을 일컬어 영웅(英雄)이라 칭한다. 역사란 그러한 영웅들에 의해 변혁되어 가면서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일본인들의 반성하지 않는 위안부의 역사적 사실/ 위장으로 진행되고 있는 군국화/ 일본인들도 외면하는 후쿠시마산 방사능 해산물을 한국에 판매코저 하는 일들에 대하여.. 자랑스러운 일본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의 금과옥조에 흙칠을 하는 행동은 훌륭한 조상을 부끄럽게 하는 일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