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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이야기들

Led Zepplin 2019. 5. 28. 22:16


   고속도로의 한 모퉁이에서 경찰이 과속 차량을 단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한 승용차가 너무 느리게 다가오고 있었다. 경찰이 차를 정차시키고 차 안을 들여다보니, 할머니가 운전을 하고 있었으며 세 명의 할매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앉아 있었다.

운전한 할매 : 시방 왜 잡은거유?

경찰 : 할머니, 이 도로에서는 그렇게 천천히 달리시면 위반입니다.

운전 할매 : 이상하네? 처음 이 길로 접어들었을 때 20이라고 써있어서 20Km 속력으로 왔는데 뭐가 잘못이래유?

경찰 : 할머니, 그건 여기가 20Km 주행도로가 아니고 20번 고속도로라는 뜻입니다.

운전 할매 : 아, 그런감유. 미안허구먼유~!

경찰 : 그런데, 나머지 할머니들은 왜 손발을 부들부들 떨고 계신 건가요?

운전 할매 : 아~ , 그건.. 내가 좀 전에 250번 도로를 타고 왔거덩~.....

 

문득 만나게 되는 인생의 길 사거리에는 이정표도 정답도 힌트도 없는 막막한 경우가 있다. 우리는 그때마다 누군가의 친절한 조언이 목마르다. 내게 주어진 일상에서 삶이란 어떤 의미인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옳은 것인지 답답해지면, 그 해답의 궁핍을 우리는 곧잘 소주 한 잔으로 그 암담함을 면하고저 몸부림쳐 본다. 그 때마다 누군가 나서서 ‘이것이 바로 그 해답이다.’라고 깨우쳐주기를 갈망하지만 인생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거다. 그러나, 세상에는 어떤 경우에도 절대 화를 내지 않는 착한 여성이 있다. ‘내비게이션’이라 불리는 이름의 그녀는 우리가 아무리 다른 방향으로 핸들을 꺾어도 바가지는커녕 그 때마다 상냥하고 낭낭한 목소리로 교정한 도로를 알려주곤 한다. 우리들이 삶에서 만나는 수없는 갈림길에서 그렇게 우리를 이끌어줄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일 수도 종교일 수도 책일 수도 음악일 수도 돈일 수도 권력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올바른 선택만이 나를 올곧게 늙어가도록 해줄 것이다.

 

성장기에 누군가에게서 “남자에게는 세 명의 여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 한 명이 아내이며 다른 한 명의 여자는 마음이 고단할 때 쉴 수 있는 여자이어야 하며 마지막 여자는 삶의 고비에서 어렵고 힘들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기억한다. 또, 남자는 “세 명의 여자로 부터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그 첫째가 어머니이며 그리고 아내 나머지가 내비게이션이라는 거다. 사내들의 우스개 개똥철학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나름의 찰나적인 통찰이 있다. 유쾌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지 않는 이가 누가 있으랴. 멀리 내다보이는 드넓은 길을 힘차고 자유롭게 휘파람불며 나아가고 싶지 않은 이가 누가 있으랴. 행운을 바라지도 않지만 악연이나 불행을 만나고 싶지는 않음에도 삶은 그렇게 한적한 여행길이 아닌 것이다. 고단한 여로에서 어머니와 아내의 심정과 논리를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더라면 혹시라도 우리들 삶의 항로가 마주쳤던 태풍을 피하여 보다 안락하였을 런지도 모르겠다는 거다.

 

어머니의 말씀으로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대학 학장’의 이야기는 되새김질할만한 울림이 있다. 〈어머니 말씀 중에 격언처럼 가슴에 새긴 게 몇 개 있다. 생선 반찬이 밥상에 올라올 때마다 하던 말씀이 있다. “왜 작은 생선에 잔가시가 많은 줄 아냐?”라고 묻고는 “자기보다 큰 고기가 먹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가시가 많으면 큰 고기가 먹다가 목에 걸릴 테니까.”라고 설명하셨다. 어릴 때 나는 그 말이 이상해서 “가시가 많다는 것을 알 때는 이미 먹힌 다음이잖아요?”라고 되물었다. 어머니는 “그렇지만, 큰 고기가 다음에는 같은 종류의 작은 고기를 안 먹을 것 아니겠니. 자기는 죽지만 다른 동료는 구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이 바로 희생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길 떠난 자의 참된 의미는 만나게 될 좋은 풍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출발할 때의 설레임/ 가면서 마주치는 우연한 풍경과 상념 그리고 해질녘 도착지의 휴식이 주는 편안함과 정신적 만족감을 맛보려 우리는 길을 떠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속도경쟁이라도 하듯이 도착만이 목표인양 서두른다. 그것은 마치 위스키를 위스키 잔으로 마시지 않고 맥주 컵으로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서둘러 길을 재촉하면 쉽게 지치고 피곤하여지므로 여로의 중간 중간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즐거움과 기쁨들을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마침내 해질녘이 되어 숙소에 도착한들 고단함의 결과로 인하여 얼른 한 잔 마시고 곯아떨어지기 바쁘지 밤이 주는 신비함과 오묘함을 깨닫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길 떠난 자여, 걷고 싶으면 걷고 멈추고 싶으면 멈출 것이며 달리고 싶다면 달려보자. 다만, 본인만의 보폭과 속도만은 잃지 말아야 한다. 비록 홀로 떠나 온 길이지만 혼자가 아님을 항상 잊지 말고 세상의 좋은 기운에 마음을 열고 자연과 호흡하며 눈에 들어오는 삼라만상을 주의깊게 사색하면서 여행을 유쾌하게 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