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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을 추억하다

Led Zepplin 2019. 6. 6. 17:29


                                                                        (전남 조계산 '선암사'의 승선교)


  살면서 흔들리지 않기도 힘들다. 흔들리지 않으려 애를 쓰지만, 지나가던 바람도 흔들고 비도 흔들고 구름도 흔들어댄다. 더러는 꽃에게 조차도 흔들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깊은 밤 창을 흔들어대는 비바람 때문에 잠 못 이루는 사람은 알고 있다. 내가 잘 못 살고 있는 것은 대부분이 나의 잘못이라는 것을...

학창시절에 우리가 쏘아올린 그 화살들은 과녁을 벗어나 이미 사라져 버렸다, 머나 먼 허공 속으로...

사라져 어딘 가를 날고 있을 그 화살의 기억을 우리는 아직도 못내 잊지 못하고 있음을 비바람을 통하여 반추하고 있는 것이다.

 

흔들릴 때는 한 잔씩 하도록 하자. 막걸리이면 어떠하고 소주이면 어떠한가. 반드시 분위기 좋은 술집이 아니어도 상관없겠다. 아니, 인테리어가 고급하고 멋스럽게 꾸며져 왁자한 술집보다는 차라리 찌그러진 드럼통 술상이 있는 할머니가 김치보시기를 먼저 내어놓으며 술을 내주는 초라한 집이 오히려 좋겠다.

건너편 술상에는 이미 반쯤은 죽어 흐물흐물한 사내 두엇이 주거니 받거니 잔을 건네고 있는 그런 집이라면 나도 취기가 오르면서 오래 전 잃어버린 화살을 문득 다시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흔들림을 통하여 꽃이 피었으며 때가 오면 지리라. 흔들리며 피었던 꽃을 통하여 우리는 사랑과 슬픔과 남모를 아픔과 행복을 가슴 가득 즐기지 않았던가.

젊은 날 잠 못 이루었던 소망들은 화살 되어 창공으로 높이 솟아 태양을 향하여 질주했다. 그러나, 날아 오른 화살은 태양을 관통하지 못하여 별이 되지 못한 채 달의 그림자가 되었다.

젊은 날 우리들이 쏘아올린 그 화살은 대체로 별이 되지 못하였다. 그리곤, 달의 그림자로 떠돌다가 마침내 낙하하여 달맞이꽃이 되었더라.

별이 되지 못한 화살은 기다림 끝에 달맞이꽃이 되어 태양을 추억하고 달을 노래하리라.

 

우리들 흔들림의 근원이 이루지 못한 별에 있다고 탄식하지는 말자. 우리들은 한 시절 창공을 높이 날아올라 태양의 곁을 지나면서 그 화려함을 바라보았으며 별이 되지는 못하였으나 달의 우아함과 품위를 달그림자가 되어 지켜보지 않았던가. 그리곤, 꽃으로 다시 이 땅에 돌아와 태양과 별과 달을 노래하며 땅에 굳건히 뿌리내리고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을 즐기려 한다네.

그래도 흔들릴 때는 한 잔씩 하도록 하자. 태양과 별 그리고 달과 꽃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