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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매(南冥梅)’ 심은 뜻은

Led Zepplin 2019. 9. 3. 02:23



  조선(朝鮮)의 백성으로 태어나 군왕(君王)의 부름으로 조정에 나아가 임금의 신하가 된다는 것은 크나큰 은덕이자 영광인 것이 당시 사내대장부의 포부인 거다. 그 뜻을 위하여 수많은 사내들이 두문불출 형설(螢雪)의 공을 쌓으며 청춘을 바쳤다. 당시의 평균수명이 45~50세 정도이던 시절에 문과에 합격하는 평균 나이가 35세이며 4~50대가 불과 15%라는 것은 과거시험이 얼마나 고단한 과정이었던가 하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고단한 노력 끝에,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조정에 나아가 군왕이 이끄는 조정의 대소사에 임하여 국사에 참여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던 거다.

 

그러나, 그런 영광도 마다하고 변방으로 물러나 초야에 묻힌 안타까운 인물도 있었으니 전남 담양의 ‘소쇄원(瀟灑園’)으로 물러난 ‘양산보(梁山甫: 1503~1557년)’ 선생이다. ‘양산보’ 선생은 스승인 ‘조광조’가 ‘기묘사화(己卯士禍)’로 인하여 ‘화순 능주’로 유배되어 사약을 받게 되자 명예와 출세의 덧없음을 깨닫고 고향으로 내려와 자신의 호 ‘소쇄옹(瀟灑翁)’에 원(園)의 이름을 붙여 ‘소쇄원’이라 칭하고 스스로 초야에 묻힌 거다.


‘소쇄원’은 조그만 시냇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의 주변을 이르며 그 정취가 가히 조선 ‘별서정원(別墅庭園)’의 백미(白眉)이다. 특히, 가을의 ‘소쇄원’은 해가 지도록 머물러도 떠나기 싫을만큼 그 풍광이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일본의 3대 정원으로 평가받는 ‘가나자와시(市)’의 ‘겐로쿠엔’/ ‘오카야마(市)’의 ‘고라쿠엔’/ ‘미토(市)’의 ‘가이라쿠엔’과는 전혀 다른 소박하고도 자연스러운 정취가 일품이다. 필자는 기실 ‘양산보’ 선생과 ‘소쇄원’에 반하여 산골생활을 처음으로 동경하게 되었던 거다.

 

또 한 명의 안타까운 전설적인 인물이 있으니 다름 아닌 남명(南冥) ‘조식(曺植: 1501~1572년)’ 선생이시다. 선생은 조선 전기의 성리학자이며 영남학파의 거두이다. 호는 ‘남명(南冥)’으로 천문/ 역학/ 지리/ 서화/ 군사 등에 두루 재주가 뛰어났으며 ‘명종’과 ‘선조’로 부터 중앙과 지방의 여러 관직을 제안 받았으나 한 번도 벼슬에 나가지 않고 후학 양성에만 주력했다. 선생은 말년에 ‘지리산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경남 산청에 ‘산천재(山天齋)’라는 학당을 짓고 마당에 매화 한 그루를 심으며 학도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소일했다.


세월이 흘러 450년 후에,  ‘조식’선생이 심은 매화나무는 ‘남명매(南冥梅)’라는 이름으로 늦은 겨울에 그 아름다움이 촐세를 마다하고 천왕봉을 기리며 초야에 묻힌 남명 ‘조식’선생의 명성을 혁혁하게 빛내주고 있는 거다.

 

선생에게는 출세로의 수많은 유혹과 그 유혹을 뿌리친 글에 ‘사직소’라는 명문(名文)이 있는 바, 이름하여.. ‘단성현감사직소(丹城縣監辭職疏: 1555년)’ 또는 ‘단성소(丹城疏)’/ ‘을묘사직소(乙卯辭職疏)’가 그 것이다(인용의 출처: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남명집〉). “지금 저의 나이는 예순에 가깝고 학문은 어두우며 문장은 과거시험 끝자리에도 뽑힐 수 없고 행실은 물 뿌리고 비질하는 일을 제대로 해내기에도 모자랍니다.” 남명은 10여 년 동안에 세 번이나 떨어진 과거 시험 경력까지 밝히며 불출사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름만 믿고 채용한다면 임금에게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사람을 알지 못하면서 등용하여 훗날 국가의 수치가 된다면, 어찌 죄가 보잘 것 없는 신에게만 있겠나이까.”


선생께서 사람들이 한사코 오매불망 목을 매는 출사를 거부하는 이유로, 천학비재(淺學菲才: 학문이 얕고 재주가 변변치 않음의 뜻으로 자신의 학식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 반부논어(半部論語: 반 권의 논어라는 뜻으로 자신의 지식을 겸손하게 이르는 말)를 꼽은 겸양은 ‘사직소’에 구구하게 논하여 있으나, 기실은 “나는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 지리산과 한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매화가 좋으니 나를 초야(草野)에 그냥 냅두라~~!!”는 싸나히의 올곧은 기개가 살아있었던 거다. 명예욕와 출세욕에 발목 잡힌 채 얼굴만 흰죽사발 개 핧은 것 같은 허접한 인간이 제발 스스로를 돌아보았으면 하는 간곡한 마음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