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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순간

Led Zepplin 2021. 3. 27. 01:04

   술고래인 영구가 오늘도 거실에 큰 대자로 쓰러져 자고 있었다. 마룻바닥에서 입을 벌리고 자는 모습이 못마땅한 마누라가 순도 99% 초콜릿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 떠올라서 영구의 입안에 초콜릿을 넣어주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거실로 나온 영구는 비장한 말투로 이렇게 말하였다. “여보, 이제 나는 술을 끊어야겠어~!!” “오모~, 정말 생각 잘했네. 근데 어떻게 갑자기 그런 결단을 내렸나?” “그러게, 이젠 쓸개즙이 올라온다.”

 

⌜국민의 힘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은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며 〈별의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느냐에 따라 국가에 크게 기여할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결단을 언급하면서 새삼 〈별의 순간〉이 저잣거리의 화제로 떠올랐다.

권력으로부터 냉대를 당했던 윤 총장은 결국,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결의에 찬 말을 남기고 총총히 총장직에서 사퇴했다.

 

유럽의 독일어권에서는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 또는 ‘결정적 시간’에 대한 비유적 표현으로 흔하게 사용된다는 ‘Stern stunde(슈테른 슈툰데)’라는 단어는, 준영어권인 우리에게는 비록 생소하지만 독일 뮌스터대에서 박사를 딴 ‘김종인’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상한 발언 탓에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세월을 보내 혐오를 자아내는 정치와는 무관한 지극히 평범한 나와 같은 속인에게도 〈별의 순간〉은 문득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2008년에 개봉한 ‘임순례’ 감독의 영화이다. 흔히 ‘우생순’이라 불리며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했던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올림픽에서는 늘 좋은 성적을 거둬 오면서도 정작 대한민국에서는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핸드볼의 열악한 환경과 올림픽 결승전에서 덴마크 선수들과 맞붙은 대한민국 선수들의 투혼과 열정을 그렸다. 그들의 빛나는 투혼은 마침내 그녀들에게 우리 생애 최고의 〈별의 순간〉을 맞이하게 한다.

 

어떤 산모에게는 본인이 잉태한 아이가 탄생하는 그 순간이 가장 황홀하고 아름다운 〈별의 순간〉일 수 있으며, 사랑의 열정으로 뜨겁게 젊음의 날을 보내고 있던 아가씨가 마침내 그 사내로부터 프로포즈를 받는 그 순간이 가장 감격적인 〈별의 순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사관학교를 졸업한 젊은이가 소위의 계급장을 어깨에 붙인 그 날일 수도 있으며, 라면과 김밥만 먹으며 청운의 꿈을 불사르던 사람이 드디어 고시를 패스한 그 날을 〈별의 순간〉으로 감격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일생을 통하여 힘겹게 삶을 보내온 어떤 이는 자신의 자녀가 의사 면허증을 받거나 교수 임용 결정이 통보된 날을 본인 스스로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별의 순간〉일 것이다.

 

‘J에게’의 가수 ‘이선희’는 우연히 무명작곡가 ‘이세건’씨가 쓰레기통에 버린 악보를 주워 히트시킨 후 유명가수로 발전했으니 ‘이선희’에게는 그 악보를 주워 든 그 시간이 바로 〈별의 순간〉일 것이며, ‘이선희’가 주워 든 악보를 들고 “이 악보의 노래를 내가 불러도 좋겠느냐?”라고 물어본 그 소녀를 만난 날이 무명 작곡가 ‘이세건’에게는 〈별의 순간〉이라 할 수 있으리라 본다.

 

훗날, 세조(世祖)로 등극한 젊은 날의 수양대군(首陽大君)이 수족처럼 부리던 ‘권람(權擥)’ ‘한명회(韓明澮)’ 등과 함께 ‘김종서’/ ‘황보인’/ ‘이양’ 등을 척살하며 계유정난(癸酉靖難)의 거사를 이룬 날은 수양대군에게 운명의 〈별의 순간〉이랄 수 있겠으며, 파락호(破落戶/ 세도가의 자손이지만 집안을 일으키지 못한 불운한 사람)의 젊은 날을 보내던 자가 세조로부터 ‘나의 장량(張良/ 중국 한나라의 건국 공신)’이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했던 ‘한명회’ 역시 ‘권람’의 주선으로 수양대군을 만난 그 날이 〈별의 순간〉이라 하겠다.

 

당(唐) 태종(太宗)의 후궁으로 입궐하여 호사를 누리기도 전에 태종이 세상을 뜨자 비구니가 되어 남은 삶을 보내려 했던 비구니 여승은 태종의 아들 당 고종(高宗) ‘이치(李治)’의 호출로 입궐하여 훗날 마침내 중국 역사 최초 유일의 여제인 측천무후(則天武后)로 천하를 들썩이게 하였으니 그녀가 고종 ‘이치’를 궐 안에서 만난 순간을 〈Stern stunde(슈테른 슈 툰데/ 별의 순간〉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 본다.

 

검찰총장의 직분을 걷어차면서 별의 순간이 다가옴을 예정받은 ‘윤석열’ 전 총장이 과연 이 나라의 별이 될 것인지 그 운명의 여로에서 벌어지고 있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결과도 흥미진진하다. 또한, 그 결과가 ‘윤석열’ 전 총장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나아가 국가와 민족의 운명에는 어떠할 것인가를 바라보는 것도 역사의 속살을 지켜보는 것이라는 거다.

 

그나저나, 듣자하니 이번 선거기간 중에 경기도민은 ‘이재명’ 도지사가 십 만원씩을 주며 서울시에 사는 어지간한 사람들도 대부분 이런저런 명목으로 푼돈을 쥐어준다 하던데, 지방에 살고는 있지만 우덜도 대한민국 국민이거늘 촌 것들이라고 개무시인지 고무신 한 짝도 없다는 것이 괘씸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어느 햇살 따스한 봄날 창가에 앉은 내가 병든 달구 새끼마냥 침 흘리며 꾸벅거리고 조는 사이에 알아채기도 전에 날아가 버렸을 나의 〈별의 순간〉이 더욱 애가 타고 안타깝기만 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