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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인생

Led Zepplin 2023. 6. 29. 16:44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단 한 조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대여섯 살이던가 외삼촌에게 손목을 잡혀 외할머니 집에 왔다.

식구들과 같이 밥을 먹을 때에 나에게 눈길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음식을 흘렸을 때이거나 맛난 반찬을 먹을 때에는

어른들로부터 따가운 눈총과 질책은 있었다.

학교의 공부는 나의 적성에 맞지 않았고 재미도 없었다.

부모와 함께 손을 잡고 걷는 아이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혼자 세상을 원망하였으며

초등학교 졸업을 겨우 마친 이듬해 이던가 서울에 왔다.

번화가의 큰 이발소에서 심부름을 했다.

구두도 닦았다.

구경도 못 해 본 돈이 날마다 생겼다.

난생처음 음식을 양껏 먹어봤으며 먹고 싶은 음식과 옷을 마음대로 사 입었다.

같은 업종의 친구들과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지냈다.

여자와 동거도 해봤지만 서로 뜻이 맞지 않았다.

시내버스 운전으로 직업을 바꾸었다.

돈을 버는 것도 그저 심드렁하고

자신의 무게만큼만 삶의 길을 만들며

술과 낚시만이 다만 살아가는 재미의 모든 것이었다.

나이 육십하고도 다섯을 지나 산촌에 오두막을 짓고 칩거했다.

외로웠지만 술이 있어 견딜만하였다.

술과 담배만이 내 삶의 모든 것이다.

해가 지면 달이 지고 달이 술잔 속에 떠 있는 그 길의 끝

적막하디 적막한 이 밤이 오히려 황홀하다.

적막한 어둠 속에서 우화하는 달콤한 꿈 그 먼 길을 떠난다.

 

 

                                          -----   재오 형의 영면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