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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Love Coffee

Led Zepplin 2023. 7. 30. 00:27

 

 

   영국의 윈스턴 처칠경이 정계를 은퇴하고 어느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처칠의 젊은 시절 유머 감각을 기억하는 한 부인이 야릇한 질문을 했다.

"어머 총리님. 남대문이 열렸어요." 그러자, 파티에 참석한 여러 시선이 일제히 처칠에게로 향했으나 처칠은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부인. 이미 죽은 새'는 새장 문이 열렸다고 해서 밖으로 나올 수는 없으니까요." 역시, '처칠'이다.

영국 의회 사상 첫 여성 의원이 된 '에스터' 부인은 '처칠'과는 매우 적대적인 관계였다. 그녀는 "내가 만약 당신의 아내라면 망설임 없이 당신의 커피에 독을 타겠어요."라며 독설을 토하자, '처칠'은 태연히 대답했다. "내가 만약 당신의 남편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그 커피를 마시겠소.”

 

요즘이야 거리 곳곳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늘어서 있지만, 70년대 초에만 해도 썩 그렇게 길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샵은 아니었다. 그 무렵에 미국 '제너랄후드'사와 제휴한 '동서식품'이 '맥스웰' 커피를 생산하면서 국산 커피는 흔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물 건너온 오리지널 커피가 역시 귀하게 대접받았던 거다.

학창 시절, 역전 '역마차다방'/ 개복동 '만향다방'에서 '디퍼플'을 들으면서 담배 연기 가득한 왁자한 소음 속에서 무념무상 성냥 탑을 쌓으며 마시는 싸구려 커피도 아쉬운 대로 괜찮았고, 장발의 콧수염 청바지 시절 항상 약속 시간보다 늦게 나타나는 친구 녀석을 기다리며 홀짝거리던 명동 '꽃다방'의 커피도 생각난다. '동숭동'에 사는 친구 녀석 덕분에 마셔본 '난다랑'의 원두커피, 당시에는 이걸 무슨 맛으로 마시나?”였던 비호감이었는데, 지금은 끊기 어려운 나의 '최애음료(?)'가 되었다.

 

커피의 그 속성은 여자와 흡사한 면이 많다. 우선, 그 본능적인 유혹이 대단하다. “키스보다 황홀하며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우며 사랑만큼 달콤하다.”고 프랑스의 탈레랑이 이미 간파했지 아니한가. 어쩌면, 여자보다 더 유혹적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매혹적인 속성은 이슬람권에서 활성화되었고 '카이로'/ '콘스탄티노플'에서는 시민들의 영혼을 뒤흔들어 놓아 커피의 맛과 향을 찬미하는 부류와 커피를 이교도와 악마의 것이므로 거부해야 한다는 부류로 갈라섰다.

양쪽의 대립은 심각해졌으며 이 내용을 전해 들은 '교황'은 그 악마의 음료에 대한 위험을 무릎쓰고 직접 마셔본 후에 아래와 같은 포고령을 내렸다는 거다.

내가 직접 맛을 보니, 악마만 마시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이 음료를 애용하여 악마에 대한 정의의 승리를 이루도록 하여라.”고 했다나 뭐래나.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비틀즈'와 '마크 노플러'/ '르네 플레밍'과 '안드레아 보첼리'를 좋아하고 '정태춘'과 '엠씨 더 맥스'/ '사라사테'와 '라흐마니노프'를 좋아하며 내 방에서 나는 책냄새/ 나무책장의 냄새 그리고 책상 위에 커다랗게 걸린 '고흐'의 복제화 〈'아이리스'가 있는 '아를르'의 풍경/ 베란다 창밖으로 보이는 숲과 어울린 소도시의 풍경/ '은파 호수'위에 내걸린 달빛 이 모든 것들을 감상하며 즐기는 향기로운 커피를 나는 사랑한다.

볼수록 들을수록, 그림과 더불어 음악은 커피와 대단히 잘 어울린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바라보며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그러한 장소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말하여 무엇하겠는가.

 

귀를 위한 시라며 스웨덴 한림원이 칭송하는 '밥 딜런'이 부른 노래 중 one more cup of coffee는 짚시 소녀가 먼 길을 떠나는 남자에게 커피 한 잔을 권하는 슬픈 사랑의 노래. '밥 딜런'의 노래에서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이 떠 오른다.

'밥 딜런'의 대표곡인 Blowin in the wind보다 커피를 마시며 듣기에 더 어울리는 노래라면 knockin on heavens door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노래를 OST로 사용한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g on Heaven's Door), 독일의 범죄 코미디 영화이며 암 진단을 받은 주인공들이 불확실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소원 성취를 위한 모험을 통하여 인생의 가치와 그 소중한 의미를 깨닫는데 그 마지막 시퀀스에선 바닷가의 백사장에서 죽어가는 그들 앞에 펼쳐진 바닷가의 파도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OST 음악 소리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누구에게나 커피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그러므로, 커피는 이야기가 있는 음료이다. 커피에는 첫사랑이 있고 친구도 있으며 직장생활의 애환도 있고 학창 시절과 직장에서의 밤샘 작업도 함께한 절친 음료이다.

내가 가장 오래 함께 한 커피는 '스타벅스'커피이다. '스타벅스'가 우리나라에 처음 진입한 해는 1999년이며 '이화여대' 앞 골목 중간쯤에 있었다. 당시에는 '아메리카노' 한잔에 2,500원이었으며 지금의 톨(Tall) 사이즈가 숏(Short) 사이즈였던 거다. 그러니까, 지금은 말 그대로 따블(Double)로 올라 '아아'와 '뜨아'4,500원이다. 지금 추세로 보면, 더 오른다고 본다.

시간과 함께 '스타벅스'가 곳곳에 자리 잡았으나 가끔 사마시던 쓰디 쓴 '스타벅스' 원두커피보다는 봉다리 커피가 편했으며, 봉다리 커피도 살짝 업그레이드되어 달달이 노란 '맥심커피'에서 포장도 그럴싸한 '카누 커피'로 진화했다.

그러나, '카누 커피'가 더 진화하기 전에 나는 '스타벅스' 원두로 고무신 갈아신었으며 손으로 원두를 갈다가 그 물레질이 귀찮아서 스위치만 누르면 되는 전동으로 갈아제끼다가 마침내 '드롱기' 전동머신으로 완전 바까 버린 거다. 오래 사용해도 고장도 안 난다.

 

지난 4월에 뇌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하였으나, 다행히 경과가 좋아 원래의 생활로 돌아와 별다른 이상 없이 생활하고 있다. 그 충격으로 지난 시절의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다.

식사 때가 되면 특별히 음식 가리지 않고 소탈하게 먹었으며(그게 자랑도 아니다) 술도 분위기가 주어지는 대로 거리낌 없이 마셨던 거다. 야금야금 몸무게가 불었으며 현업에서 은퇴하여 놀고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생각 없이 살았다.

비가 오시는 날이면, '어니언스'와 '세시봉'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삼겹살에 소주 몇 잔이 얼마나 즐거운가. 오래 정든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방에서 함께 노래 부르며 마시는 시원한 맥주잔은 청춘으로 리턴하는 기분이다.

비가 부슬부슬 오시는 날이면 '해물파전'도 좋고 얼큰한 '김치 칼국수'는 얼마나 그럴듯하냐 이 말이다. 게다가, 커피가 매력적이라는 것은 시간과 장소 불문이다.

병상에서 돌아와 따지고 보니, 내가 맛있어하는 것/ 좋아하는 음식은 모두 금물이란다. 그 모든 것은 앞으로는 먹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거다. 산다는 게 참 어구망창하다. 먹으면 안된다니까 더 생각난다.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한다면 죽느니만 못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참 재미없는 시간만 오지게 남았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젊어서 맘껏 먹고 마시고 즐겼으니 다행이다 싶다. 큰일 날 뻔 했다. 꽁생원으로 얌전시레 살았으면 얼마나 후회막급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며칠 전부터 친구 부부와 함께 두어 번 방문했던 정원이 아름다운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생각난다. 정원에서도 멋진 클래식 음악이 들려오는 '스타벅스' 커피 못지않게 맛이 괜찮은 커피였다.

오늘 아침, 어제 '스타벅스'에서 큰맘 먹고 사 온 원두(포장만 봐도 맛이 보인다^^~)를 '참깨 가는 기계'에 넣고 갈았다. 어쭈~ 제법 곱게 갈린다.

싱크대 상단 구석에 처박힌 '드리퍼' 종지를 찾아내고 멸치 젓국물을 곱게 내릴 때 사용하던 필터 종이를 끼우고 뜨거운 물을 부어주었다.

예상대로 아름다운 와인 칼라가 크리스탈 큰 컵에 차차로 채워진다. 얼음 몇 조각을 크리스탈 컵에 떨구어주자, 그리웠던 듣기 좋은 경쾌한 소리가 울린다.

컵을 들고 쇼파에 편안히 앉아 창밖의 아침 풍경을 내다보며 한 모금 마셔보았다. 때마침,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FM 클래식이 듣기에 유난히 아름다웠으며 그 순간 삶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기분이 아주~ 오랜만에 유쾌해진다.

앤서니 훅스는 말했다. “커피는 당신의 내면에 흐르는 강이다.” 그래, 커피는 나의 내면을 경쾌하게 고양시키며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매혹적이고 신비로운 마녀의 강 그 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