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에 나는 노무현에게 투표하지 않았다...
노무현이외의 작자들에게는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지만, 노무현에게도 전두환의 계엄을 반대하며 남포동을 눈물로 행진하던 그리고, 청문회에서 열변을 토하던 노무현과는 조금 다른 사이비의 냄새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막상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는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되었다. 어쩌면, 이제부터는 나라가 제대로 될지도 모르겠다는 환상으로 나 혼자 빙긋이 웃음을 머금으며 가슴이 뛰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단순한 나의 환상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하였다...
대기업의 노동자에게는 확실하게 꿈을 실현시켜줬지만 대다수의 실질적인 '노동자'들에게는 희망을 주지 못하였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어처구니없게도 비정규직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 종신고용체제를 확실하게 제도화하여 본인을 대통령으로 밀어 준 노동자들을 가난의 영원한 구렁텅이로 몰아 넣고야 말았던 거다.
'미국'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며 자존심을 지키는 외교를 수행하리라 믿었는데 미국이 시키는대로 이라크에 군대를 파견하였으며, FTA를 강행하여 엄청난 국력의 손실을 초래하게 한 쇠고기파동까지를 불러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름 그 뜨거운 투쟁속에서는 쇠죽은 귀신처럼 입 꾹 다물고 '봉화마을 샹그릴라 만들기'에만 전념하였던 거다.
'작은 집 한 칸'이라도 마련하려고 동분서주했던 민초들은 이제 집 사기를 포기해야만 할 것 같은 예감이다. 노무현은 부동산시장을 아예 송두리채 돈많은 사람들에게 통채로 안겨주는 행운을 저질렀다. 집값 안정을 위한다며 이런 저런 방법들을 어설프게 저지르더니 오히려 어느 정권보다도 부동산이 득달같이 올라 부자들을 행복하게 해 준 아름다운 분이시다.
노무현 전직대통령을 어떤 인간으로 단정하여야 할까를 고민하고 싶지도 않다. '도덕성'이야말로 인간 노무현이 절대 강점으로 아니 그의 정체성으로 밀고 나갔으며 그의 추종자들도 그렇게 알고 추종했던 거다.
그가 권좌에 앉아 시종일관되게 부르짖었던 '개혁', 자신들이 유/ 불리에 따라서 휘둘러댄 그 몽둥인지 잣대란 게 결국 그런 정도였다면, 천출인 우리 따위의 직장인이 몸담은 기업과 조직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잠 못 이루는 밤들을 보내면서 만들어낸 작은 기업체의 변화는 가히 혁명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그 민초들이 이룩한 작은 혁명들이 쌓여서 그나마 이 나라를 이만큼이나 끌어 가는 거다. 돈과 힘을 적당히 소유한 백성만이 아닌 민초를 위한 권력이냐 아니냐는 점에선 좀 더 지켜봐야 할지도 모르지만(이미 싹수는 노랗지만서두) MB정권도 역쉬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도찐개찐이라는 거다. 망치 피하면 다음엔 도끼 만난다 했는데...
좌를 따르자니 우가 울고 우를 따르자니 좌가 서운할까봐 그 중간을 적당히 오고가다 보니 이렇게 되었노라는 궁색한 변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도 한 시절 한 국가의 절대적 권력을 누구 못지않게 막강하고 서슬 시퍼렇게 휘둘렀던 제왕 아니었던가...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왜 우리 국민에게는 대단한 대통령은 고사하고, 최소한 고통받고 힘들게 살아가는 민초만이라도 구할 줄 아는 그렇게 평범하고 소박한 대통령을 만나지 못하는 걸까... 그래선 안되겠지만, 3 ~ 400년정도 후에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지구상에서 없어지고 순수한 한민족이라는 사람은 지구상에 몇백명의 소수만이 존재하리라는 어두운 예측이 점점 현실로 서서히 다가오는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서글픈 현실속에서도 창신섬유의 강금원 회장같은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도록 노무현에게 일심하는 의리있는 사람도 있다. 그 아름다운 의리가 빛을 잃는 것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80년대에 고위층의 부정부패와 사회의 어두운 현실타산속에서 한국을 여행왔던 쪽발이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탓하며 "민나 도로보데쓰"라고... 한국사람을 두고 "모두가 도둑놈덜" 이라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래도 역대 대통령중에서 그나마 "쩐"에 대해서만은 좀 낫지 않겠느냐고 믿었던 노무현...
느그덜 덕분에, 오늘도 민초들은 술 마시고 잠든다... 고맙다, 웬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