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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는 만큼 나이를 먹는다

《타르(TAR)》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최초 여성 지휘자이며 이 영화에 주어진 가상 주인공의 이름이며 영화의 제목이다. 《타르(TAR)》는 또한 제95회(2023년) ‘아카데미’ 6개 부문 노미네이트/ 제80회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의 명작으로 주연 ‘케이트 블란쳇’의 명품 연기가 볼만하다. “오케스트라”는 대략의 경우 ‘교향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연주하는 장면은 때때로 이상적인 사회의 모델로 비유하기도 한다. 한 명의 지휘자와 여러 연주자가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전체를 위하여 노력하며 조율하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회상과 닮아있다는 거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서도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즐기기 위해서도 소속된 연주자의 자리 배치를 ..

카테고리 없음 2024.08.28

맛을 봐야만 맛을 아느냐?

호랭이란 놈이 빨뿌리에 담배를 피우던 시절에, 간장 광고로 히트를 하였던 로고송이 있다. “보고는 몰라요~ 들어서도 몰라요~ 맛을 보고 맛을 아는 샘표 간장~”. 이 로고송을 기억한다든지 들어는 보았다면 당신은 필경 70대를 바라보거나 이미 그 나이를 넘어선 원숙한 인물일 것이다. 이 로고송은, 당시 초청 연사로 명성이 전국에 자자하였던 〈대한불교 조계종 전국 신도회〉 회장이었던 고 ‘박완일’ 교수가 〈샘표 간장〉 회사의 창립기념일에 초청받아 사장과 대화를 하던 중에 사장이 “요즘 사람들은 옛날처럼 간장을 먹지 않아 장사가 잘 안 됩니다.” 이 말을 들은 교수는 "그럼 광고를 좀 하시지요" 하고 권유를 하자 "법사님께서 우리 간장이 잘 팔리도록 광고에 쓸 말 하나를 지어 주십시오"라는 부탁을 받았다. ‘..

카테고리 없음 2024.07.17

당신들의 천국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브릿지) 신부와 목사 그리고 랍비 세 사람이 모여 앉아 각기 자기 교회에서 모은 헌금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하여 의논을 하였다. 신부가 먼저 말했다. "나는 땅에 원을 그려놓고 이 헌금을 모두 하늘로 던지겠습니다. 그리하여, 원 밖에 떨어진 돈은 자선사업에 쓰고 원 안에 떨어진 돈은 내 생활비로 쓰겠습니다." 신부의 말을 들은 개신교의 목사가 의견을 말하였다. "그래요? 그럼, 나의 의견을 말씀드리지요. 나는 바닥에 선을 그어 놓고 돈을 하늘로 던져서 왼쪽에 떨어진 돈은 자선사업에 쓰고, 오른쪽에 떨어진 돈은 내 생활비로 쓰겠습니다. 그 결과도 역시 하나님의 뜻이겠지요." 목사와 신부는 그들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는 랍비에게 물었다.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카테고리 없음 2024.07.12

〈몰트너〉가 되다

동창회에 가보면, 젊었을 때는 여럿이 한데 모여 왁자하게 떠들며 누구랄 것 없이 대개는 술 마시고 옛날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가 헤어진다. 차차로 나이가 들면서 업계를 떠나 은퇴하고 나서 동창회에서 만나면, 어느새 주류와 비주류로 구분이 되어 앉는 자리도 구분대로 모여 앉게 된다. 모임의 시간이 흐르면서 비주류는 점차로 분위기가 소곤소곤 조용해지는 반면 주류는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로 술기운과 함께 열기가 더해지고 왁자지껄 떠들썩하게 된다. 비주류의 동창들은 턱을 괴거나 팔짱을 낀 채로 왁자한 주류 쪽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으며 주류의 동창들은 비주류 그들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벌건 얼굴로 웃음꽃이 만발한 채 자기들끼리 연신 부어라 마셔라 하며 신이 난 태도들이다. 그러나, 옛친구를 오랜..

카테고리 없음 2023.10.28

《봉우리》에서 만난 숲속 길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냐 저 위에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거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

카테고리 없음 2023.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