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 이후 4년 만의 최민식의 복귀작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은...
'한국예술영화관협회'의 첫 공동배급작으로 선정됐다.
'한국예술영화관협회'는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이 첫 공동배급작으로 선정한 배경에 대하여...
“지난 2000년 초 전국 6개의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순회 특별전을 개최한 전수일 감독과의 인연이 깊으며...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자 최민식이 함께한 작품이어서 한국예술영화의 발전에도 기여코저 하는...
협회의 근본적 취지와 잘 어울려 주저 없이 선택했다”고...
또한,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은 7월 3일 체코에서 열리는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분에 초청됐다.
'카를로비바리 영화제'는 동유럽의 칸이라고 불릴 정도의 유럽의 대표적인 영화제...
김기덕 감독의 <시간>이 개막작으로 상영되거나,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러브 토크>가 경쟁부문으로 초청된 있고...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이 심사위원특별상을 비롯한 3개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어 우리 영화와의 인연이 깊다.
43살의 나이에 대기발령으로 회사를 떠나는 최(최민식분)는 이 사회의 낙오자이다.
종이박스에 개인 소지품을 담고 묵묵히 사무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지만...
직원들은 아무도 그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지 않는다.
낙오는 저주인가 새로운 출발인가...
백수 최는 동생이 경영하는 중소기업의 공장에서 우연히 네팔 청년 도르지의 장례식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의 유골을 고향에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도르지의 고향으로 떠난다.
히말라야 설산 아래 3,350미터의 산 꼭대기 네팔의 외딴 시골 자르코트 마을에 도착한 최는 가족들에게 차마 그가 죽었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친구로서 여행길에 들렸다는 거짓말과 함께 도르지의 돈만 건넨다.
"영혼은 바람을 타고 움직이고,
바람은 산 기슭에 머무네~~~"
영화속 네팔인들의 노래에 나오는 가사이다.
이 바람이 어디서 불어오냐는 최민식의 물음에 최가 머무르는 집의 소년은,
"저 골짜기로 부터요... 저곳에 가면 자기의 영혼과 만나 업(karma)을 씻을 수 있대요..." 라고 답한다.
지구의 저 편 그 낮선 곳에서 최는, 스스로에게 결여되어 잇던 삶의 의미를 조용히 반추한다.
그저 막연히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 곳에 머물게 된 최는, 미국에 있는 자식과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아내의 질책으로 존심에 댄싱만 간다.
우연히 길에서 하얀 말과 마주친 최는 자신도 모르게 어떤 힘에 이끌려 말을 따라갔다가 돌아와 호되게 몸살을 앓는다.
그런 어느 날, 우연히 도르지의 유골을 발견한 도르지의 아버지는 "이제 도르지가 왔으니, 당신은 떠나라"고 말하자...
마을을 나선 최는 자신의 트렁크를 끌고 가쁜 호흡을 내쉬며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바람의 고향을 묻는 말에 대답한 소년의 말을 따라서,
자신의 영혼과 만나 업(karma)을 씻기 위하여 산꼭대기의 골짜기를 향한 발걸음을 옮긴다.
<꽃피는 봄이 오면><취화선> <올드보이> <파이란><해피엔드><친절한 금자씨>로 평가받앗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의 배우 최민식.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에서는 어떠한 산행 장비도 없이 양복에 구두를 신고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연출했다.
“구두를 신고 히말라야를 등반한 최초의 인물”일 것이라고...ㅎㅎ
고산병으로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면서 예정된 촬영을 마치는 프로정신을 발휘해 역시 최고의 배우임을 증명했다.
낯선 풍광속에서 항상 불안한 눈동자를 보여주는 현대인 최민식...
우리에겐 50년대처럼 보여지는 네팔인들의 시골마을 생활은 나도 최민식처럼 정겹지않고 불안하다.
여느 영상물과 사진등에서 보여지던 장엄하고 아름다운 희말라야의 풍광이 아니라...
황량하고 삭막하며 을씬년스러운 풍광은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삶의 아픔과 치열함처럼 순수하고 자연스럽다.
쩐을 벌기 위하여 한국엘 왔으나, 불법체류자로 단속반에 쫒겨 도망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네팔인 도르지와
눈물없는 현실로 부터 외면당하고 미국에 유학가 있는 아이와 아내로 부터 돈벌이의 도구로 전락한 현대 한국의 가장 최민식...
무엇인가에 홀렸거나... 무엇인가를 위하여 미친듯이 육신을 쥐어짜야만 하거나... 무엇인가를 위하여 전력투구 질주해야 하거나...
우리 모두는 대기발령자이다.
현대인이란, 순수하고 아름다운 몸과 영혼의 소유자로서 삶을 편안하고 여유로우며 진솔하게 영적인 존재로 영위하지 못한 채...
욕망이거나 돈이거나 명예이거나 자식이거나에 뒤엉켜 살아내던 어느 날 문득...
주검이라는 그 날이 올 때 까지...
우리 모두는 대기발령자이다.
거칠고 황량하며 혹한의 추위가 있는 희말라야의 순수한 자연을 통하여 파악해야만 하는 그 희망은 이미 그렇듯 가혹하다.
오리역 CGV 영화관 밖을 나오니, 볕은 가혹하게 따가웠지만 그늘속의 그 바람은 오래전에 모로코의 사막에서 맛봤던 소다수처럼 감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