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 신묘년(辛卯年) 병신월(丙申月) 계묘일(癸卯日)에 올립니다.
하늘이시여...
오늘 이전으로부터 두 달여가 지나도록 하루가 멀다고 하늘에서 비를 뿌리고 있사오니
오곡백과를 비롯한 건물과 온갖 동물들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빗물에 녹아나고 있는 지경입니다.
농사꾼을 비롯하여 그날 벌어 그날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날품팔이 인생들이
의지할 곳을 잃고 하늘을 쳐다보고 울부짖으며
날이면 날마다 햇살이 비추어주기 만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하늘이시여, 작금 우리나라 이 땅에서는...
“대기업이 잘 못 하는 점만 확대되고 있다”는 전경련 허창수의 뻔뻔스러움을
그 인간들에게 착취당하고 사는 하청업체의 임직원들을 보시어 그 넘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혈세 수백억을 들여 ‘세빛둥둥섬’을 짓고 모피코트패션쇼를 벌렸던 자의 교만과 어리석음을
한강에 사는 불쌍한 수생동식물들을 긍휼히 여기시어 그 넘도 용서하여 주시오며...
악덕기업주 뺀질이 재벌2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폭주기관차처럼 몰아붙이는 후안무치한 정치인 그리고 귀족노동자들을
현장에서 피를 뿌리며 산화한 근로자들을 상기하시어
그 개새들도 불쌍히 여겨주시옵기를 간청하오며...
비록 일부의 처사이지만,
이건희 회장의 MRO사업의 포기와
정몽준회장과 범현대가 그룹사들의 5000억원 규모 사회복지재단 기부가
눈치보기의 일환이 아닌 그들의 진정성 담긴 기부이기를 기대하옵니다.
하늘이시여...
일찍이 노나라와 은나라가 비를 구하기 위하여 백모를 두르고 기우제를 올렸다고는 하오나,
작금의 우리는 위로는 창창하고 성성한 하느님과 환인(桓因)님에게 하소연하여
태양의 자애롭도록 눈부신 따사함을 간절히 부탁드리오며
아래로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님들에게 빌어서
이 땅에서는 이제 그만 당분간 비를 멈추게 하여 주시어
자비로운 햇살을 베풀어 주시옵기를 간곡히 앙망하옵니다.
추석을 앞둔 우리 미천한 것들이 추수할 것이 있거나 추수할 것이 없는 것은
진실로 경각에 달려있습니다 .
헐벗고 굶주린 민초들을 위하여 더는 비와 바람을 뿌려서는 아니 되올 것입니다.
간곡한 정성이 이르는 곳에는 반드시 신묘한 거울에 통할 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엎드려 원하건대...
흠뻑 젖어 물러터진 땅을 흐뭇하게 말려 주시옵고
이 땅의 만가지 모든 농사가 풍년을 이룩하여 억조창생(億兆蒼生)들을 살려 주시옵소서.
온갖 되먹지못한 청원으로 가뜩이나 피곤하실텐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