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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가왕'의 진실

Led Zepplin 2015. 10. 7. 10:50

 

 

  이탈리아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가수의 귀국독창회가 열리는 날, 객석의 가득 메운 공연의 시작 직전에 사회자가 헐레벌떡 무대 위에 올라오더니 당황한 목소리로 오늘 하필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가수가 좀 늦을 것 같다며, 그 대신에 촉망 받는 신인가수 한 명을 소개했다.

그러자, 객석에서는 이름도 없는 시시껄렁한 가수의 노래는 듣기싫으니 유명가수를 데려오라며 소란이 일었다. 그러나, 그 신인가수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객석은 조용해졌으며 노래가 끝나자 앵콜의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 신인가수가 훗날의 유명한 루치아노 파바로티인 거다.

 

가수 조영남이 어느 날 원로가수 황금심씨의 장례식에 참석을 했는데, 장례식장에 흐르는 노래가 ~뜰한 당신이 알~뜰한 당신이~ ”라는 황금심씨의 노래가 흐르고 있었으며.. 또 한 분의 원로가수 고운봉선생의 장례식엘 갔더니 ~려고 내가 왔던가~ 웃을려고 왔~던가~ ”하는 노래가 나오는 것을 듣고는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사회를 보던 원로 코미디언 남보원씨가 부르벨스4중창단멤버들을 바라보며 일호~, 너희들 장례식에선 이 노래를 부르겠구나. “잔치~ 잔치~ 벌렸네~ 무슨 잔치 벌렸나~ ”라고 멘트를 하여 장례식장이 발칵 뒤집혔다는 후문이다.

 

그날 이후 조영남은 자신을 뒤돌아보며 생각했다는 거다.

내 장례식장에선 과연 어떤 노래가 불러질까?”하고 말이다. 딜라일라이거나 고향에 푸른잔디는 팝송이라 부르기가 안좋을테고.. 그렇다면, “구경 한번 와보세요~ ~화개장터.. ”가 떠오르자 그는 .., 이건 정말 안되겠구나!!!”하여 궁리 끝에 잘 아는 시인인 이제하선생에게 요청하여 선생이 만든 시에 선생이 직접 음율을 붙이신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이라는 노래를 본인이 빌려다가 모란 동백이라는 제목으로 레코딩을 하였으며 방송국의 PD들을 만나기만 하면 이 노래를 내 대표곡처럼 자주 틀어달라고 부탁하고 다닌다는 거다.

 

조영남의 노래도 듣기 좋지만, ‘이제하선생의 허스키한 목소리는 순수함이 묻어나 매력적이다. 선생이 직접 부른 노래에는 경상도 발음이 들어 있어 더욱 감칠맛이 난다.

어쨌거나, ‘조영남은 결국 자신의 장례식에 모란 동백이 흘렀으면 좋겠다는 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었으며, 아마 그의 바람대로 될 것으로 보인다. 나 또한 모란 동백을 즐겨 부르는 한 사람이다.

말 나온 김에 우리 시대가 낳은 천재예술가 이제하 선생의 시 한 편을 맛보자.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랏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빛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마구 눈물을 글썽이고 싶어

아아 밀물처럼/ 온몸을 스며 흐르는/ 피곤하고 피곤한 그리움이여

청솔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   이제하/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최근 내가 즐겨 보는 TV프로에 MBC의 미스터리 음악쇼를 표방하는 복면가왕이 있다.

이 프로의 특징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정체를 공개하지 않은 채 무대에서 노래 실력을 뽐내는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복면가왕은 도전자가 노래를 하여 점수를 얻으면서 대결을 벌여 결승에 진출을 하고 최후에는 앞선 가왕이 노래를 부른 후 투표를 하여 최종 복면가왕을 결정하는 순서를 밟는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단순한 구성이지만, 그 많은 음악 예능의 범람에도 복면가왕만의 장점은 외모지상주의라는 편견을 부수고 노래 부르는 사람 자체의 진면목을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 그 포인트가 있다.

게다가, 예상하지 않았던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또는 잊혀진 배우/ 탈렌트/ 예능인이거나 가수들이 출연하여 재미를 배가시킨다.

 

연예인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게 되면서 우리 사회는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해있다.

뛰어난 외모만 있다면, 부족한 실력도 덮을 수 있으며 외모 또한 스펙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한 편견에 대하여, ‘복면가왕은 우리에게 외모에 대한 바람직하지 못한 고정관념/ 강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제대로 성숙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상기시켜 주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얼굴이 예쁘니까 노래도 잘 하는 것처럼 보인다던지 당연히 가수이기에 노래를 잘 하는 것이라거나 래퍼이므로 랩만 잘할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보컬에도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인다던지 개그맨이 노래를 잘 할 수 있겠나 하는 의구심이 우려였음도 드러났다.

얼굴로만 먹고 사는 연예인이거나 한 번 얻어진 명성으로만 거들먹거리는 인기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무대가 반갑기도 하거니와 톱스타로 뽑히는 아이돌 스타로 부터 내공과 경력이 오래된 기성 가수들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반전 실력을 끄집어내면서 시청자들에게 편견없이 음악을 듣는 즐거움은 가히 신선하기 까지 하다.

 

복면가왕은 스타들에게는 못 다 이룬 꿈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객석의 관객들과 시청자들에게는 방송사가 결정한 시청자가 듣고 싶어 하는 노래가 아닌 본인들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출연하게 된 연예인들의 출연의 소감도 다양하다. 배우 이재은은 시간이 지날수록 노래라는 갈증이 남아 있어 출연하게 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으며, 캔의 배기성은 "정말 나오고 싶었던 이유가 강하고, 코믹한 이미지가 노래할 때 방해가 됐다. 여기 나와서 노래로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이어 각인된 소리가 짐이라는 생각을 저만 그렇게 생각한 거 같다. 좋아해주던 대중들의 표정들은 보니 이거였구나 싶다. 노래를 불러야 대중들이 힘을 준다고 생각했다. 제 목소리를 사랑해주시는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카리스마 래퍼였던 치타는 노래를 안 부른지 5년 정도로 오래됐다. 당연히 실력적인 부분에서 많은 분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불의의 사고로 가수의 꿈을 접었어야 했는데 내가 이렇게 복면가왕에 나와서 처음 꿨던 꿈을 이루게 돼 눈물이 났다.”며 뭉클함을 선사했다.

 

그동안 여타 음악프로그램이 많았지만, 노래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출연한 젊은 패널들의 요란한 수다가 주를 이룬다든지.. 지나간 시절의 원곡이 갖는 음악성을 무시한 채 엉뚱한 편곡을 하여 원곡과는 전혀 다른 노래로 재구성을 하므로 인하여 격을 높이기는 커녕 옛곡이 주었던 감성을 파괴하는 무모함도 서슴치않고도 대단한 편곡이라 한다든지 또는 노래한 젊은 가수의 가창력을 추켜주는 황당할 지경의 다른 방송국의 유사 프로에 비하여 이 프로는 친근하고 익숙하면서도 예상의 허를 찌르는 치밀한 구성 그리고 출연자가 부르는 노래의 수준에 대한 집중력으로 음악 예능 프로의 수준을 한 단계 레벨 업 시켰다는 수확만큼은 모두가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말 나온 김에 한마디 부언한다면, 나어린 또는 젊은 가수가 노래를 선곡할 때는.. 멋진 노래를 부르고픈 욕심을 제어할 수 없달지라도, 추억과 세월의 때가 묻어야만 나올 수 있는 감흥을 의미하는 노래를 선곡하여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부르는 무모함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그만한 노래에는 그만한 세월의 연륜과 추억이 있어야 그 노래의 맛이라는 것이 우러나는 거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노래를 가슴으로 이해하여 불러 감흥을 일으키게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며, 그 가슴속에는 잔잔한 추억과 그만한 세월이 묻혀 있어야만 하는 거다. 부잣집 아드님같은 또는 부잣집의 곱게 자란 따님같은 외모로 아직 초등학교 졸업장의 잉크도 덜 말랐을 것 같은 나어리신 분께오서 예를 들면..〈여자의 일생〉을 부른다든지 〈산장의 여인〈봄날은 간다〈사의 찬미〈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등등을 노래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삼가해야 한다고 본다.

 

좌우지당간, 복면가왕예상하지 않았던 개그맨과 배우 등의 깜짝 출연도 색다른 재미이지만, 외모와 스펙 따위의 보여지는 조건이 아닌 노래하는 사람 자체의 내적 가치에 집중하길 바라는 사람들의 바램을 반영하여 프로는 은근한 감동을 주고 있다고 보인다.

게다가, ‘복면가왕은 디자이너와 제작진이 특수 제작한 가면을 쓴 스타들이 무대에 오르는데, 그 가면이 등장인물마다 다름으로 하여 수준급의 노래를 들으면서 출연자마다 바뀌는 형형색색의 그들의 얼굴을 가린 가면이 어떻게 만들어졌나를 요모조모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며 가면의 구성과 만든 이의 열정에 감탄하게 된다.

또한, ‘복면가왕의 마스크 뒤에 가려진 노래와 가무를 즐기는 우리 한민족의 유쾌한 진면목을 다시 재확인하였으며.. ‘복면가왕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 우리나라 재인들의 실력을 유감없이 뽐내는 대한민국의 가장 멋진 음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