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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내달려 어디로 가는가

Led Zepplin 2023. 8. 29. 05:26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는 묘비명을 남긴 Nikos Kazantzakis의 묘지)

 

  30대와 40대 초반 무렵에 전국의 영업소와 대리점 그리고 해외를 미친 듯이 뛰고 날아다니면서 일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 낮 그리고 주말이 없었습니다. 직전 직장인 직원 25천 명의 세계적 조선소인 대우조선에서 한 개의 부품에 불과한 불만 가득한 공돌이 시절에 대한 복수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정신없던 어느 날 밤, 김포행 마지막 비행기 안에서 곯아떨어져 자다가 비행기가 곧 김포에 내린다는 안내 멘트에 문득 깨어나 창밖 아래 서울의 휘황한 불빛을 내려다보면서 저렇게 개미굴 같은 미로 속에서 내가 허겁지겁 살고 있구나.” 하는 자각이 들면서 결국 산다는 것이 별것이 아닌데 이렇게 허둥지둥 살아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때렸습니다.

그날 밤 마지막 비행기의 어둠 속에서, 개미굴처럼 반짝거리던 도시를 내려다본 그 장면이 오랫동안 내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나를 흔들었습니다. 어쩌면, 정신없이 삶을 쫒아 다녔던 내가 불교와 ‘Henry D Thoreau’ 그리고 ‘Nikos Kazantzakis’에 빠졌던 것은 우연이 아니란 생각입니다. 나는 이렇게 뛰고 내달려 어디로 가는가.

 

알다시피, 미국의 작가 ‘Henry D Thoreau’1854년에 출간한 책으로 월든(Wolden)이 있습니다. 개인의 자아실현과 자연과의 조화를 주제로 한 위대한 작품입니다.

작품의 주인공인 ‘Henry D Thoreau’Massachusetts 주의 월든 호수 근처의 숲속으로 이주하여 사회적 압력과 소비적 가치관에 환멸을 느껴 자연 안에서 단순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Thoreau’는 숲에서 집을 짓고 식량을 재배하며 자연의 사이클에 맞추어 생활하면서 사색과 철학적 탐구에 몰두합니다. 자연을 통하여 인생의 진리와 깨달음을 찾으며 자신의 내면과 연결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한 경험은 ‘Thoreau’에게 지성과 영적인 성장을 가져다주었으며, 독서와 사색으로 자연과의 교감을 이루는 신비한 체험을 합니다.

 

‘Henry D Thoreau’는 자신과 우리에게 말합니다.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아라.” ‘Thoreau’의 선택은 깨어있는 한 개인의 도전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적 도시 문명과 탐욕에 대한 시민적 저항입니다.

그는 숲으로 들어간 자신의 충동을 다음과 같이 고백하였습니다. “나는 온전히 내 뜻대로 살되 삶의 본질을 직접 마주하고 싶어 숲으로 들어갔다. 삶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과연 내가 터득할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생을 마감할 때 올바르게 살지 못했다고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숲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단순한 삶(Simple Life)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간소하게 일하고 소유하고 존재하는 삶을 추구하는 흐름입니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숨 가쁘게 살아야 하는 주류적 사회 흐름과는 다른 단순/ 간단/ 천천히/ 생태적 / 게으름 등 차별된 자신만의 삶을 추구합니다. 이는 현대사회의 풍요와 복잡성에 대한 반작용이자 보다 나은 삶 또는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달 밝은 밤이면 월든 호수에 배를 띄우고 청량하게 플루트를 부는 ‘Thoreau’는 자연을 매개로 한 자신 내면의 소리에 집중했으며 그의 철학은 세상 흐름과 다르게 반기독교적이었습니다. ‘Thoreau’는 교회의 종소리보다는 소의 방울 소리가 훨씬 낫다고 하였으며, 교회가 이 세상에서 가장 추한 건물이라고 공격하였습니다.

월든은 사람들이 자기의 삶에서 자유를 획득해야만 한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하여 자연을 깊이 관찰하고 생활을 간소화하며 자신의 독특함에 주목하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일상적 체험이 벌어지는 자연과 그 세계를 뛰어넘는 정신세계를 조화시킴으로써 또 다른 세계로 전개하여 나가는 길을 강조하였으며 스스로 월든 호숫가에서의 묵상적 삶을 통하여 이것이 가능함을 직접 증명하였습니다.

러시아의 톨스토이’/ 인도의 성인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운동도 소로우(Thoreau)’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마틴 루터 킹목사의 흑인 인권운동 또한 그 출발이 ‘Thoreau’의 시민 불복종(시민 저항/ Civil Disobedience))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습니다. “태어난 이유도 없고 사는 이유도 없고 죽는 이유도 없는 우리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

쇼펜하우어의 의견에 자못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인생이란 것이 즐거움보다는 고통의 시간이 더 많은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몸과 마음 모두 말입니다.

예기치 않았던 어느 순간에 문득 신체적 질병이 찾아올 수 있으며 정신적으로 힘들고 불편했던 수많은 시간을 떠올려 보면,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고통의 바다인데 우리는 희망이라는 꿈에 사로잡혀 삶의 바다를 정처 없이 헤매고 다니다가 어느 날 문득 종말을 맞이하는 어리석은 나그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묘비명이 생각납니다.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 꼴 날 줄 알았지.”

 

자신의 원래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못 하는 아니 원래 목표가 없었던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바쁘고 안일한 일과에 매여 또는 삶이 힘겨워서 태어났으니까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 또한 중학교 3학년 무렵에, 태어났으니까 어쩔 수 없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삶의 목표 따위는 내동댕이쳤으며 청년기에는 장발에 콧수염 기른 청카바의 히피 차림으로 하드락과 술에 올인하며 살아갔던 사람입니다.

세파 속에서 허둥대다가 어느 날 문득 거울을 보니, “나도 많이 늙었구나!”라는 자탄의 말이 나왔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거늘 흰머리가 늘었고 눈가의 주름도 많습니다.

누구나 꿈을 이루며 살고 싶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자신의 꿈은 쉽게 떠오르는 것이 출세이거나 명성이거나 돈이거나 자식일 뿐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게 전부입니까.

나이가 들면, / 돈이나 명성/ 자식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 그리고 욕심을 버리며 비우는 마음입니다. 누구라도 예외가 없습니다, 어느 날 문득 간다는 거.

오늘 지금 당장의 이 시간이 제일 중요합니다. 일과 돈/ 자식에 시간과 노력을 빼앗기는 어리석음을 깨닫고 숲으로 가거나 하고 싶은 미뤄둔 즐거움을 추구하거나 아니라면 여유로운 시선으로 멍~히 나머지 시간을 보냅시다.

 

영국의 경영사상가 찰스 핸디(Charles Handy)’사랑할 사람이 있고 기대할 것이 있는 상태.”를 행복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는 인생 후반부에 검소한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인생의 많은 시간을 쏟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을 계속하면 스스로의 영혼이 망가지며 결국 후회가 따름을 경고합니다.

미국의 97세의 행복 통계학자이며 경제학 석학이고 시대를 꿰뚫는 혜안을 지닌 사상가인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A. Easterlin)’이 출간한 지적 행복론얼마나 부자가 되어야 행복할까?’에 대한 경제학적 해답입니다. 경제학의 언어로 밝혀낸 행복의 민낯은, 충격적입니다.

소득은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 소득이 늘어도 더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는 사회적 비교때문이다.”

노학자가 얻은 결론은, 돈을 벌기 위하여 인생의 많은 시간을 쏟지 말아야 하는 이유란 것이 돈으로 얻어진 행복 가성비가 노력 만큼에 비하여 형편없다는 것입니다.

책에서 그는 통계와 지표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 것들, 손으로 움켜쥘 수 없는 돈으로 셀 수 없는 가치들에 집중할 때 우리가 비로소 사는 동안 느껴보지 못한 여유로운 나머지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가지고 있지 않거나 다 쓰고 죽지도 못할 만큼의 돈을 위하여 일을 하는 것은, 순전히 바보같은 짓입니다. 그렇게 뛰고 내달려 어디로 가려고 합니까.

나이 들어서 사는 재미, 돈을 많이 번다고 하여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야말로 이제는 수학적 증명에 가깝습니다.

레바논 출신의 미국 통계학 경영학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설파한 다음의 말은 가슴에 남습니다. “진정한 성공이란, 경쟁의 쳇바퀴에서 빠져나와 나의 활동을 마음의 평화에 맞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