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과의 마찰로 인한 불편한 생활로 부터 헤어진 어머니의 나머지 삶은 그리 썩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다만, 형과 함께 살면서 부대낀 살림살이의 끊임없는 노동과 구박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작은 해방감은 있어 보였다. 기껏해야 한 달에 한 번 정도 작은 아들과 만나는 짧은 외출이면 어머니는 여타 노인네들보다 맵시 있는 옷차림으로 발걸음이 가벼우셨다. 어머니는 나이에 비하여 식성도 좋으셨으며 안색도 밝고 맑으며 건강하셨다. 어머니와 작은 아들이자 막내와의 만남은 그렇게 두어 달에 한 번씩 이어져갔다. 어머니가 갑자기 다치셔서 전주의 성모병원으로 입원시켰다는 수녀님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내려가 만난 어머니는 “바쁜데 뭐 하러 내려왔느냐.”면서 우리 부부를 타박하셨지만, 내심으로는 좋아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건강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