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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소디(Rhapsody)

인간의 기억은 오류가 그 장점이며 시간을 가로지르는 다리와도 같은 것이다. ‘성훈’은 다재다능하고 머리도 명석한 친구였으며, SKY는 아니지만 대학의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전통 있는 신문사에 기자로 입사하였다. 뛰어난 외모는 아니었으나 나름의 성실함과 노력 그리고 타고난 문장력/ 날카로운 직관 등으로 다른 기자들보다 지상에 기사를 훨씬 더 많이 올리게 되었다. 자연스레 ‘성훈’은 입사 초부터 사내에서 동기 중에서 눈에 띄게 되었으며, 신문 지상에 오르던 이름 석 자는 차츰 독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던 거다. 나는 그보다 입사 3년의 선배이지만, 그는 나보다 더 주목받는 후배 기자였다. 그는 업계의 주목받는 기자로서 똑똑하고 침착하였으며 친절한 미소 덕분에 사내 주변에 적이 없는 편이라고 봐도 된다. 시간..

카테고리 없음 2023.04.12

눈 내리는 밤 그리움의 이름으로

눈 내리는 들판을 걸었어. 혼자 걸었지. 끝없는 들판은 눈보라도 세찬데 한사코 바람 오는 쪽으로만 걸었어. 눈물도 흐르고 콧물도 흐르더라고. 오늘도 그날처럼 눈이 내리는데 하염없이 걸었던 그 날들의 들판이 마냥 꿈결인 듯싶네. 어제부터 내린 눈은 밤새 내리고도 멈출 줄을 모르고 지금도 내립니다. 이런 저녁나절, 아직도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얼마나 독한 사람일까요. 월수 70만 원을 움켜쥐고 퇴근하던 오래전 그날도 오늘처럼 눈이 내렸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 올라가는 골목길의 눈발은 삶의 무게만큼 힘겹도록 구부정한 내 어깨 위로 쌓였습니다. 골목길 모서리의 포장마차에 들러 빈속에 소주 한 병을 들이붓고 담배에 불을 붙이면 담배 연기는 찬바람에 흩어지며 뿌옇게 번져나가고 문득 사는 게 막막하고 ..

카테고리 없음 2022.12.30

가을 편지

깊은 밤 검은 바다에서 은빛 화살 쏘던 지난날 겁 없던 우리 젊은 시절 더운 피 열정의 사랑 아직도 잊히지 않는 그대 은파(銀波)에 출렁이던 그 달빛 사라졌어도 못내 지워지지 않는 그대 어이타 아니 오시나 낙엽마저 지는데 사랑한 것은 그리움 가슴 저리는 회한의 고독 불꽃으로 타올랐던 그 기쁨의 열창 가슴은 슬픔으로 허물어져도 사랑은 환지통으로 여울져도 망각의 북풍 추운 밤 우리의 노래 눈밭에 선 채로 장승 되어도 지금도 그대는 아름다운 추억 어이타 아니 오시나 낙엽마저 지는데

카테고리 없음 202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