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순례자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 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命)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 카테고리 없음 2007.10.31
사랑은 그리움이 되어...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 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가득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 카테고리 없음 2007.10.15
중년 사내가 만난 가을의 오딧세이 꽃이 지기로소니 /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하리 /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 저허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 울고 싶.. 카테고리 없음 2007.10.05
어떤 추억(追憶)속의 여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 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 카테고리 없음 2007.09.20
밀양(密陽), 그 용서(容恕)와 구원(救援) 카톨릭 신부와 유태교의 랍비가 서로 야유 섞인 농담을 주고받았다. 신부가 먼저 말했다. "내가 어젯밤에 가 본 유태인들의 천국은 왜 그리 더럽고 냄새가 나는지, 게다가 유태인들만 우글거리고 있더군요." 랍비도 질세라 말을 받았다. "실망이 컸겠습니다... 사실은 나도 어젯밤에 카톨릭 신자들이 간.. 카테고리 없음 2007.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