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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자의 랩소디

“힘이 세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동작인가. 목 잘리지 않으려고 털 뽑히지 않으려고 닭발들은 온 힘으로 버티다 닭 집 주인의 손을 할퀴며 닭장 더러운 나뭇바닥을 하얗게 긁으며. 바위처럼 움직임이 없는 고요한 손아귀 끝에서 그러나 허공은 닭발보다도 힘이 세다. 모든 움직임이 극도로 절제된 손으로 닭 집 주인은 탱탱하고 완강한 목숨을 누른다. 짧은 시간 속에 들어 있는 길고 느린 동작. 힘의 극치에서 힘껏 공기를 붙잡고 푸르르 떠는 다리. 팔뚝의 푸른 핏줄을 흔들며 퍼져나가는 은은한 울림. 흰 깃털들이 뽑혀져나간 붉은 피가 쏟아져나간 닭의 체온은 놀랍게도 따뜻하다. 아직도 삶을 움켜쥐고 있는 닭발 안에서 뻣뻣하게 굳어져 있는 공기 한줌. 떨어져나가는 목숨을 붙잡으려 근육으로 모였던 힘은 여전히 힘줄을 잡아당긴..

카테고리 없음 2020.05.31

난초 사마귀의 진실

‘난초 사마귀’ : ‘난초’는 난초과에 딸린 식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난초’는 열대 지방의 식물로서 대부분 땅에서 자라는 것이지만, ‘풍란’이나 ‘석곡’처럼 다른 나무의 줄기에 붙어사는 것,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것, 다른 식물에 기생하는 것 등도 있다. 꽃은 꽃잎이 3장으로 되어 있으며, 그중 하나는 아주 발달하여 복잡한 모양을 이룬다. ‘난초’는 곤충에 의해 가루받이를 하는 ‘충매화’로, 꽃 모양이 다양하고 변화가 많다. 꽃가루를 전달하는 곤충의 모양이나 움직임에 따라 꽃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도움을 조금 드린 적이 있는 선배 한 분께서 난을 선물로 주셨다. 고맙기도 하거니와 보기에 자태가 격이 있기로 책상 위에 올려놓았는데, 늦은 밤 책상에 조용히 앉았노라니 그 향기가 은근하면..

카테고리 없음 2020.05.31

봄꽃이 지기 전에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나는 이왕이면 극장에서 영화 보기를 즐긴다. 게다가 잔잔하게 전개되는 스릴러물이거나 전쟁 영화/ SF영화라면 당근 대형화면이다. ‘IMAX’라는 이름의 밝고 선명한 화질의 대형스크린에 고출력 스피커를 통한 생생한 음향은 실감 백배이다. ‘2020 Academy Awards’에서 우리 영화 《기생충》이 엄청난 영광을 거둬 그 기쁨이 가슴을 벅차게 하였으며 당시 함께 상을 탄 영화 명장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을 보려고 극장 방문을 벼르고 있던 차에 중국에서 최초로 발생한 역병 〈무한(武漢)코로나〉로 인하여 기회를 놓치고 말았으며 아직도 극장에 들어서지 못하고 있음이다. 〈무한(武漢)코로나〉가 나날이 기승을 떨친 이후, 중국이 고수하는 원칙을 우리는 지키지 못하는 것이 있다. ..

카테고리 없음 2020.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