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세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동작인가. 목 잘리지 않으려고 털 뽑히지 않으려고 닭발들은 온 힘으로 버티다 닭 집 주인의 손을 할퀴며 닭장 더러운 나뭇바닥을 하얗게 긁으며. 바위처럼 움직임이 없는 고요한 손아귀 끝에서 그러나 허공은 닭발보다도 힘이 세다. 모든 움직임이 극도로 절제된 손으로 닭 집 주인은 탱탱하고 완강한 목숨을 누른다. 짧은 시간 속에 들어 있는 길고 느린 동작. 힘의 극치에서 힘껏 공기를 붙잡고 푸르르 떠는 다리. 팔뚝의 푸른 핏줄을 흔들며 퍼져나가는 은은한 울림. 흰 깃털들이 뽑혀져나간 붉은 피가 쏟아져나간 닭의 체온은 놀랍게도 따뜻하다. 아직도 삶을 움켜쥐고 있는 닭발 안에서 뻣뻣하게 굳어져 있는 공기 한줌. 떨어져나가는 목숨을 붙잡으려 근육으로 모였던 힘은 여전히 힘줄을 잡아당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