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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몽상

시계가 오후 6시 5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한낮 공원길 산보를 다녀온 후에 샤워를 하고 베란다 밖 짙어가는 녹음 풍경을 바라보면서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음미하고 있습니다. 때 마침,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월드 뮤직계의 주목받는 여가수인 이스라엘의 가수 '노아(Noa)'와 라이의 제왕(King Of Rai/ Rai: 아랍 문화권의 민속음악)으로 불리는 알제리의 '할레드(Khaled)'가 아랍어와 히브리어와 영어로 함께 부른 'John Lennon'의 'imagine'이 유장하게 감동적으로 흘러나옵니다. 천국이란 것이 없다고 상상 봅시다. 노력만 한다면 할 수 있어요. 우리 아래에는 지옥도 없으며, 위에는 하늘만이 존재하죠. 국가라는 것이 없다고 상상해 보자구요. 목숨을 앗아가거나 바칠 이유가 ..

카테고리 없음 2022.06.25

봄날의 꿈

밤새 비를 뿌린 탓인지 오전에 호숫가 길을 따라 걸으니 바람에 섞인 공기가 한결 싱그럽고 풋풋하다. 지난 깊은 밤 내리는 비를 맞으며 귀가한 사람은 으슬거리는 한기로 어깨가 움츠러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밝은 아침의 햇살은 비바람의 영향으로 이처럼 5월의 봄날은 화창하다. 바람결에 묻어오는 5월의 환희 속에는 지나간 시절 추억속의 아련함도 함께한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잊혀진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시간 속에 그 모든 사연들은 감추어져 있을 따름이다. 시간 속에 감추어진 그 사연들이 더러는 아픔이며 더러는 슬픔이며 혹여는 기쁨이다. 점심으로 냉면을 먹으러 갔다. 소문난 냉면집이므로 식사 시간보다 조금 일찍 식당에 들어섰음에도 날씨가 더워지는 이유로 손님들이 제법 많다. 기다려 나온 냉면그릇을 바쁘게 비..

카테고리 없음 2022.06.03

당신들의 파티

쪼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사실 우리 집에는 아직 대학을 못간 별나지만 똑똑한 장남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형을 제치고 머리는 모지라지만 등빨만 좋은 동생 놈이 대학을 가게 되었던 거다. 대학을 가기로 결정하기 전에는, 녀석이 공부도 열심히 잘 하고 부모님/ 형제들 공경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찰떡같이 했었는데.. 요즘은 광빨나는 비싼 사이클을 안사주면 공부를 못하겠다고 뜬금없이 어거지 대빵의 땡깡을 부려 골머리가 지끈거린다. 본인 생각이 정히 글타문, 애저녁에 고급 사이클을 안사주면 대학을 안가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입학식이 낼모레인 지금이야말로 향후 대학생활을 어찌 어찌 할 것인지에 대한 본인의 꿈 그리고 계획과 미래에 대한 포부 따위의 청사진을 우리 부모에게 자세히 설명하문서..

카테고리 없음 2022.03.27

국수의 추억

겨울이 끝나가는 무렵, 어중간한 기온으로 인하여 입맛이 사라진 이즈음 외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던 따끈한 칼국수가 생각난다. 밀가루에 날콩가루를 대충 섞어 반죽하여 홍두깨로 민 다음 착착 접어 가늘게 쫑쫑 썰고 멸치국물에 듬성듬성 썬 감자를 넣고 한 번 끓인 후 송송 썬 애호박을 우르르 넣어 한소끔 끓이면 구수한 손칼국수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삭힌 매운 고추를 썰어 넣은 양념장을 듬뿍 얹어 뜨끈하게 먹고 뒤로 물러나 앉으면 천하의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았던 거다. 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건강진단의 결과로 매년 의사선생이 밀가루 음식과 술은 피하라고 눈에 힘을 줘가며 강권 하지만, 술과 국수를 뺀다면 나의 인생은 얼마나 무료하겠나. 술로 만취한 새벽녘 잠에서 깨어 밤에만 문을 여는 단골 국수집을 찾아가 구수하..

카테고리 없음 2022.03.02

고래를 위한 꿈

오후 5시... TV로 유튜브에서 지나간 우리 시대의 전설 그룹사운드 ‘Eagles’의 녹화 공연을 보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한가로운 시간입니다. 밖은 지난 세기 천년동안 우리를 괴롭힌 잘난 이웃 중국 덕분(?)으로 미세먼지가 자욱하여 마치 안개가 낀 것만 같은 착각 때문에 더욱 젖어드는 추억 돋는 시간입니다. 그 안개 속으로 'take it to the limit'/ 'lyin' eyes'가 흐릅니다. 그 시절의 그 날들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추억을 음미하는 이 순간만은, 늙어 간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단순한 생각도 듭니다. 돌아보면, 70년대의 그 시절들은 비가 오고 안개로 뿌연 하늘로 춥고 신산했던 날이 더 많았던 기억으로 남아있으며 삶도 이정표를 잃고 무기력했습니다. ..

카테고리 없음 2022.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