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나가는 무렵, 어중간한 기온으로 인하여 입맛이 사라진 이즈음 외할머니께서 만들어 주시던 따끈한 칼국수가 생각난다. 밀가루에 날콩가루를 대충 섞어 반죽하여 홍두깨로 민 다음 착착 접어 가늘게 쫑쫑 썰고 멸치국물에 듬성듬성 썬 감자를 넣고 한 번 끓인 후 송송 썬 애호박을 우르르 넣어 한소끔 끓이면 구수한 손칼국수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삭힌 매운 고추를 썰어 넣은 양념장을 듬뿍 얹어 뜨끈하게 먹고 뒤로 물러나 앉으면 천하의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았던 거다. 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건강진단의 결과로 매년 의사선생이 밀가루 음식과 술은 피하라고 눈에 힘을 줘가며 강권 하지만, 술과 국수를 뺀다면 나의 인생은 얼마나 무료하겠나. 술로 만취한 새벽녘 잠에서 깨어 밤에만 문을 여는 단골 국수집을 찾아가 구수하..